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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wide Tourism & Lei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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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07. 01. 한국일보 [김지선의 세계는 한국여행 중]
콘텐츠는 세계 1등, 도시 인프라는 아직도 ‘시험대’-라이프ㅣ한국일보

올해 개최된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식에서 가수 이재가 안드레아 보첼리와 함께 공식 주제가인 ‘DNA’를 열창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인으로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정말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어 무척 자랑스러웠다. 프랑스 파리 팔레 데 콩그레스에서는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INKIGAYO in Paris(인기가요 인 파리)’ 콘서트가 열려 수많은 프랑스인의 갈채를 받았다. 우리가 어린 시절 팝송과 샹송을 동경하고, 해외 유명 가수의 방한 공연에 열광했던 시간을 떠올리면, 이제 한국의 음악이 세계의 중심 무대에서 사랑받는 현실이 참으로 대견하고 놀랍다.
그러나 이 신드롬의 성장은 음악산업 안에서만 설명되지 않는다. 세계가 우리 음악을 듣고, 보고, 따라 부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문화가 태어난 장소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인간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향해 이동한다. 관광은 어쩌면 그 이동에 붙여진 산업적 이름일 뿐이다.
얼마 전 부산은 BTS를 사랑하는 아미들이 집결한 보라색 도시가 되었다.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BTS 월드투어 ‘아리랑’ 부산 공연에는 이틀간 약 11만 명의 관객이 몰렸다. 공연 기간 김해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외국인은 3만 명을 넘었고, BC카드는 부산지역 가맹점에서 결제한 외국인 관광객을 약 5만4,700명으로 분석했다. 이틀간의 공연은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라 부산 전체를 들썩이게 한 거대한 도시 이벤트였다.
이제 공연은 무대 안에서만 끝나지 않고, 부산역, 해운대, 광안리, 부산항 일대까지 확장되었다. 도시는 하나의 거대한 문화 관광 무대가 되었고, 팬들은 공연 전후로 숙박, 교통, 음식, 쇼핑, 지역 콘텐츠를 함께 소비했다. 관광학적으로 보면 대형 콘서트는 외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유인 요인(Pull factor)이다. 음악이 여행의 목적을 만들고, 도시는 그 목적을 체류와 지출로 전환한다. 당시 부산 공연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뚜렷했다. 공연 주간 외국인 관광객의 부산지역 결제액은 전주보다 증가했고, 전년 동 기간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전통시장 소비가 두드러졌는데, 이는 문화 관광의 경제효과가 공연장 주변이나 대형 유통시설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상권으로 확산됨을 보여준다. 팬덤은 티켓으로 시작해서 주변 도시를 걷고, 시장을 방문하고, 음식을 먹고, 기념품을 사고, 자신이 사랑한 세계의 흔적을 찾아 이동한다.
이처럼 공연 관람을 목적으로 방한한 외국인들은 일반 관광객보다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이 쓰는 경향을 보인다. 공연 관람객의 체류일수와 소비액이 일반 외래객 평균을 크게 웃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열린 대형 공연 관람 외국인은 평균 8.7일 체류하고 353만 원을 소비해, 2026년 1분기 일반 외국인 관광객 평균인 6.1일, 245만 원보다 월등히 높았다). 특히 팬덤 관광객은 충성도가 높고 재방문 가능성도 크다. 그들은 공연뿐 아니라 자신이 오래 사랑해 온 아티스트의 세계 안으로 들어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 공연장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 촬영지, 소속사, 팝업스토어, 생일카페, 단골식당 등을 성지순례하듯 탐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해당 대형 공연이 글로벌 팬덤 관광의 가능성만 보여준 것은 아니다. 동시에 그 거대한 팬덤을 맞이할 도시의 가격 질서와 환대 시스템이 충분한지 묻는 시험대이기도 했다. 공연을 앞두고 일부 숙박업소의 과도한 요금 인상, 일방적 예약 취소, 부당한 위약금 청구 문제가 불거졌다. 공연 전후 부산의 관광불편신고도 급증했고, 외국인 관광객의 신고 비중 역시 높게 나타났다. 바가지요금과 부당한 예약취소는 방문객에게 불쾌감으로 오래 기억된다. 한류 관광의 지속가능성은 공연장의 열기만으로는 부족하며, 그 도시가 외국인 팬을 얼마나 공정하고 품격 있게 맞이하느냐, 그리고 그들의 이동과 소비를 얼마나 안전하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 문화 콘텐츠는 이미 외국인 관광객을 한국으로 오게 하는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 이제 과제는 그 수요를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하고, 얼마나 넓게 소비하게 하며, 얼마나 안전하고 품격 있게 수용할 것인가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숙박, 교통, 가격질서, 다국어 안내, 안전관리 같은 관광수용태세가 중요하다. 동시에 오랫동안 제기되어 온 대규모 전문 공연장 인프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공연장이 곧 관광 인프라가 되는 시대다. 우리 음악을 사랑해 한국을 찾는 세계의 팬들을 우리는 과연 충분히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