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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올해들어 기업에 가장 중요한 화두는 ‘ESG’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ic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그간 기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강조해 왔다. 기업경영의 직접적인 효과보다는 ‘좋은 이미지’라는 간접적인 홍보효과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제 기업의 CRS도 낡은 언어가 됐다. 이제 기업은 ESG을 요구 받으며, 환경, 사회적 공존, 지배구조의 건전성이 그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경영 능력이 됐다.
ESG가 최근에 생겨난 개념은 아니다. 진즉부터 관광분야에서도 공정관광이니, 책임관광이니, 대안관광이니 하는 말들은 계속 있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들이 학계나 업계에서 논의는 되왔으나 일반적으로 상용화되기에는 시장이 아직 성숙되지 않았고 차지하는 비중 역시 낮았다. ‘환경’이나 ‘공정’, ‘상생’은 분명 좋은 가치이지만 여기에는 더 많은 불편함과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정치경제대가 포춘 선정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사회적 책임과 사회적 무책임 사이 관계를 들여다본 연구(2013)에서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의외로 사회적 책임에 투자를 많이 한 기업이 무책임한 행동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도덕적 허가’효과라고 하는데 기업이 CSR에 비용을 더 많이 쓰면서 이것으로 다 했다고 착각하고 무책임한 행동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피터 드러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내세우는 경영자가 있다면 해고하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ESG가 갑자기 부상하게 된 계기는 2020년 1월 2조달러가 넘는 돈을 굴리며 ‘월가의 제왕’으로 알려진 블랙록(BlackRock)의 최고경영자의 서한으로부터 비롯되었다. CEO인 래리 핑크는 자사의 투자를 받은 주요기업 CEO에게 “TCFD(기후변화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 권고안에 기반을 둔 기후변화 성과를 밝히라”로 요구했다. 하여 블랙록의 투자를 받은 기업은 부랴부랴 자료 준비에 나서며 갑자기 ESG의 성과지표에 맞춰 조직을 정비하고 전략을 짜고 비즈니스 모델을 재편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규모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ESG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지속 가능성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높은 성과를 거둘 잠재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역시 투자자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착한기업에서 찾고 있다. ‘착한기업’이 돈을 더 잘 번다가 통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롯데그룹은 환경, 공정거래, 사회공헌, 동반 성장, 인재고용과 기업 문화, 컴프라이언스, 안전 분야 등 비재무적 항목을 임원 인사평가에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의 기업이 평가하는 성과지향주의와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1970년대에 기업이 열심히 돈벌어 사회에 공헌했다면 50년이 지난 지금은 사회에 열심히 공헌하는 것이 돈을 더 잘 버는 비결인 세상으로 변했다”고 했다.
이재혁 고려대 경영학 교수는 “ESG는 단순한 리스크 관리지표가 아니라 새 기회를 창출한 성장동력”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식열풍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그동안 주식은 일부 관심있는 이들만 하는 줄 알았었는데 지금은 어린 학생부터, 청년, 주부까지 합세하여 전국이 주식으로 뜨겁다. 기업은 이러한 상황과 코로나 19와 맞물려 해외투자 유치와 주가 관리수단, 평판의 중요성, 달라진 환경문제 인식, MZ세대의 가치소비의 변화 등의 이유로 ESG에 기업의 전략을 모으고 있다.
또한 코로나 19는 환경문제나 기후변화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바꿔놨다. 환경이나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은 이제 어느누구의 문제가 아닌 전 인류의 문제이자 곧 나의 문제로 다가왔다. 하다못해 MZ세대마저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기업은 주요 소비층인 이들의 가치소비를 무시할수 없게 됐다. MZ세대는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에 따라 소비를 주저하지 않는다.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밖으로 나오다’는 커밍아웃(Coming out)을 결합한 신조어 ‘미닝아웃(Meaning out)’은 신념에 따라 가치있는 소비를 지향하는 용어로 쓰인다. 자신의 이익뿐 아니라 사회, 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신념있는 가치 지향소비가 늘어나면서 기업은 페트병의 무라벨 생수라든가, 플라스틱을 활용한 재생용품,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관광기업이나 지역축제는 어떠한가?
브랜드 관리를 해서 고객을 유치하고 기업의 후원이나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관광기업과 축제도 마찬가지이다. 관광소비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ESG의 평가지표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좀더 환경지향적이고, 지역과 상생하며 투명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고객의 눈높이와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아직도 지역축제와 관광기업은 여전히 과거의 마케팅기법에 머물러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 매경이코노미, 2021. 1. 6 ~ 1. 12 2091호 ESG가 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