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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스테이, 푸코의 헤테로토피아와 자기배려 관점에서 해석

관리자 2024-03-15 조회수 503
서원스테이.png
안동병산서원스테이.png
2023년 ‘가야 고분군’이 한국의 16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6번째 세계유산 보유국이 되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유신에 대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당 국가는 보유 유산이 많을수록 더 큰 관광경쟁력을 갖게 된다. 대부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방문객이 증가하여 유산지 중심으로 관광이 발전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유산지는 등재 후 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방문객에게 제공하여 유산의 가치를 알리고자 노력한다.



최근 세계유산을 국가적 관광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활용사업을 세계유산 활용사업으로 확대하여 2020년부터 ‘세계유산 활용프로그램’과 ‘세계유산축전사업’을 시작하였고, 2021년에는 세계유산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아트 사업’을 지원하였다. 그동안 우리나라 세계유산은 등재된 이후 각 지자체별 활용사업을 진행하거나 문화재 활용사업 중 일부 세계유산이 대상에 포험되었으나 이처럼 세계유산만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사업은 최근에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세계유산축전’은 매년 3개 사업지를 선정하여 총 45억원의 국비를 지원하고 있다. 단일 사업비로는 꽤 큰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인데, 본 사업의 목적은 세계유산을 대상으로 고품질의 문화유산 복합 콘텐츠를 개발하여 유산 보유 지역이 관광거점으로 성장하고, 세계유산 활용 사업의 자생력을 확보하여 지역발전에 기여하는데 있다.



2023년에는 세계유산축전 지원사업지로 선정되지는 않았으나 그동안 세계유산축전으로 선정되어 운영하면서 유료 콘텐츠로서 가능성이 높은 프로그램에 대해 한국문화재재단이 직접사업으로 운영하였다. 그것이 바로 안동의 병산서원스테이와 제주의 불의숨길 기획행사였다. 2023년 안동병산서원스테이와 제주 불의숨길 행사는 전문 연출가의 세심한 기획력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콘텐츠로 재탄생했다.



기존의 프로그램에서는 공급자 중심으로 콘텐츠를 구성하였다면, 이번에는 수요자 중심에서 현대 도시인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무엇을 원하는지 욕구에 맞게 잘 연출되었다. 예를 들어, 기존의 안동병산서원 프로그램은 [입교식-묘우참배-강의-강학-종손과의 대화-경전강독] 등 서원이 가진 세계유산의 가치를 알리기 빡빡하게 일정을 짠 대신에 서원에서의 불편한 숙박체험은 감수해야 할 요소로 내버려 두었다면, 이번 행사에서는 ‘채움과 비움’이라는 주제로 관광객들에게 세계유산이 지닌 가치는 전달하되 보편적인 욕구인 깨끗한 잠자리와 맛있는 음식, 편안한 일정에 중점을 두고 기획되었다. 특히, 정갈한 스테이 공간과 특별한 식사, 호텔식 서비스 제공으로 세련되면서 고품격으로 운영되었는데 사전에 트위터와 인스타에 소개되어 기대감을 주었고, 인터파크 티켓 오픈 3분만에 전 석이 매진되었다.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본 행사 참여 경험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며 미셀푸코의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와 자기배려(self-care)를 적용하여 분석해 보았다.



먼저 푸코는 공간에 주목한 학자로 헤테로토피아 관점에서 외부와 내부, 감금과 시선 등 공간에 의한 권력과 역할을 지적하며 공간이 가진 역사성과 이해는 시대와 사회적 관점에 따라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다고 하였다. 푸코는 현대적 공간의 개념으로 유토피아와 헤테로토피아 공간을 설명하였는데,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복수의 공간, 배치가 하나의 장소에 중첩되어 나타나는 것과 같이 서원스테이 참여자들은 현재의 장소에서 과거 모습의 중첩을 느끼기도 하고, 과거의 특권화, 신성화, 금지된 남성 중심의 권위적인 공간에서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할 여성이 출입하며 금기를 깨뜨린것과 같은 체험에 신기함과 흥분을 느꼈다. 푸코는 헤테로토피아를 인간이 현실에서 경험하는 불안을 해소하거나 가라앉히기 위한 장소로서 언급하였는데, 참가들은 서원 스테이를 통해 현재의 삶을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었고, 남성중심의 상징적 공간에서 여성의 몸과 실존성을 억압하고 통제했던 시대적 상황에서 해방되는 감정을 느꼈다고 고백하였다.



푸코의 ‘자기 배려’는 개인이 자신의 삶과 마음, 몸을 돌보는 과정으로 이를 통해 더 높은 도덕적, 지적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것은 단순한 자기중심적인 관리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책임을 포함하고 있다. 즉, 그리스 문화 전반에 걸쳐 오랫동안 발견되어 온 ‘자기 배려(epimeleia heautou)’ 정신은 자기 자신에 대해 배려하고, 자기 자신을 돌보며, 자기 자신에 몰두하는 행위로 설명하고 있다(Foucault, 2013).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자기 배려를 표현한 것으로, 푸코는 <주체의 해석학>에서 아테네 시민들이 재산, 명성 등에 대해서는 배려를 하고 있지만,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배려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Foucault, 2007). 자기배려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시선을 외부에서 내부로 이동시켜 자신의 생각과 사고에 집중하고, 자신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기반으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데 있다. 서원스테이 참가자들은 오히려 여백이 있는 자유로운 일정에서도 충분히 서원의 장소적 가치를 느끼며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수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무위의 시간을 보내지만, 오히려 내면의 충만함을 채우는 시간을 갖게 되는 아이러니함을 경험하였다. 즉, 비움을 통해 자신을 형성, 변화하고 자기에게 되돌아오는 체험이었다.



\\\"(다른 서원들은) 과거시험보기, 다도 같은 체험들을 하는 곳이 많대요. 하지만 저는 그런게 없어서 좋았어요. .... 체험도 진지하고 길었다면 거부감을 느끼고 싫었을 텐데 가볍게 진행되어서 괜찮았어요. 사람들이랑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는것 보다는 제스스로 자연을 보고 즐기는게 좋았어요. 그 여백이 좋았어요. 이 정도로도 충분히 병산서원의 의미가 있었고 무엇인가 배운 느낌이 있어서 좋았어요...(MZ세대 참가자)\\\"



유산관광객은 일반관광객들보다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높으며, 관광지에서 더 오래 머무르고 더 많이 지출하는 경향이 있어 경제적 효과가 큰 고가치 관광객(high-value visitors)로 분류되고 있다. 세계유산을 포함하여 문화유산관광에서는 공급자의 관점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을 프로그램에 배치하기 보다는 수요자관점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여 유산의 특성에 따라 유산의 교육적 가치뿐만 아니라 유산지 안에서 공간을 사유하며 느낄수 있는 세련되고 품격있는 프로그램 구성이 필요하다.



참고 : 이혜정.김지선(2024), 헤테로토피아 공간으로서의 서원스테이와 유산관광자들의 자기배려, 제95회 한국관광학회 국제학술대회 발표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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